UPDATED. 2021-01-19 17:25 (화)
고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의 1억+65만원 기부 스토리
고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의 1억+65만원 기부 스토리
  • 망고포스트(mangopost)
  • 승인 2020.12.02 2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ews
1926년 로제타 홀과 신생아실의 간호사들

 

2020년 11월 11일 고대의료원에서 부정맥 치료의 명의로 유명한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이 국내 의료원 최초로 '필란트로피(Philanthropy) 기념식'을 개최하여 건강한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설 것을 선언하면서 1억65만원을 기부하였다. 필란트로피란, 친구를 뜻하는 단어 'Philo'에서 유래한 말로 봉사, 기부, 자애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는 보통 의료원에서 행하는 의료원 중심으로 기금을 모으는 '모금부서' 대신에 ‘필란트로피 센터'라는 이름으로 기부자와 수혜자 중심의 기금모금에 선두적 역할을 해왔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그 동안 한국 의료계뿐만 아니라 기부문화의 ‘Physician Campion’, 즉 기금조성에 앞장선 의료인’ 이었다. 그런데 그는 왜 1억 원도 아니고 1억65만원을 기부한 것일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있었다.

구한말 미국 출신 여의사 로제타 홀(1865~1951. 사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제타 홀은 이화학당을 설립한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이 "남녀칠세부동석의 문화 탓에 남자 의사가 여자를 치료할 수 없다"면서 본국에 요청해서 파견된 여의사이다. 1891년 보구여관에서 여학생 6명에게 의학을 가르쳤고, 189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귀국하면서 김점동(에스더 박)을 미국 볼티모어 여자의대에 데리고 가서 최초의 여의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로제타 홀은 1897년 다시 한국을 찾아 평양에 여성 전용병원인 광혜여원을 열었고, 한글 점자를 개발해서 시각장애인학교를 설립했으며, 보구여관에 간호사양성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로제타 홀의 최대 관심사는 여의사를 제대로 양성하는 것이었으며, 1928년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김탁원과 그의 부인으로서 일본에서 의사자격증을 땄던 길정희 등과 함께 조선의학강습소를 열어 최소 11명의 여의사를 배출하였다. 그러나 학교로 전환해서 본격적으로 여의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없어 애를 태웠다. 그래서 그녀는 동아일보에 재력가의 도움을 호소하는 칼럼을 썼다.

동아일보 설립자인 인촌(仁村) 김성수는 이 칼럼을 보고 김탁원에게 "전남 순천의 김종익을 찾아가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우석(友石) 김종익 역시 로제타 홀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는 김탁원 부부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우석은 1937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175만원을 교육사회사업에 기부하면서 이 가운데 65만원을 여자의학전문학교 설립에 사용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175만원은 현재의 돈으로 환산하면 5,000억 원이 넘는 거액이었고, 65만원은 1800억원이 넘는 액수이다. 당시 조선총독부 관리들은 이 소식을 듣고 "조선인은 무서운 민족"이라며 경계했다고도 한다. 1938년 65만원이 바탕이 되어 경성여의전이 출범했고, 광복 후 서울여자의대로 바뀌었다가 수도의대를 거쳐 1964년 우석대 의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1971년 우석대가 재정난을 겪자 고려대가 고인이 된 인촌의 마음을 헤아려 이를 인수해서 지금의 고려대 의대가 된 것이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상징적인 숫자인 65만원에 담긴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고 독려하기 위해 1억65만원을 기부한 것이다. 김 원장은 서울여자의대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다가 6.25 전쟁 탓에 의사의 꿈을 접어야 했던 신세대 여성이기도 했던 어머니로부터 이 따뜻한 사연을 생생하게 듣고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고려대의료원이 1928년 로제타 홀이 설립한 조선의학강습소를 기원으로 삼고, 100돌이 되는 2028년 초일류 병원으로 우뚝 서겠다면서 홀과 우석의 '필란트로피' 정신을 교훈으로 삼은 것으로 여겨진다. 크고 넓고 따뜻한 마음에서 초일류가 나온다고 믿는 정신이 온 사회로 번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전세계가 코로나19 위기와 기부 한파 속에서 고려대의료원이 도움을 받았던 자가 도움을 주는 "Philanthropy epic journey, 필란트로피의 대여정' 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