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7-21 18:37 (일)
[정현경] 정현경의 날(生)질문 – 요청기술 좀 알려주오
[정현경] 정현경의 날(生)질문 – 요청기술 좀 알려주오
  • 정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8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필자는 같은 영역(비영리)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스터디 모임을 정기적으로 한다. 기부와 모금이라는 주제로 분야에 따라 사례나 관련 책을 가지고 서로의 현장고민을 나누고 나름 해법을 찾아간다. 정규적인 교육이 아닌 자발적 학습조직이라 매우 열심히 심각하고 치열하게 현장에서 일어나는, 있는 그대로의 ‘날’ 고민, ‘날’ 질문, ‘날’ 대안들이 만발하게 가득찬다. 오늘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은 ‘날’ 질문은 이것이다.

요청 잘 하는 법이 뭐예요?

기부자가 단박에 오케이 할 수 있는 쌈박한 요청기술 좀 알려주세요

요청.... 어떻게 하는 거예요?

우선 요청 하면 떠오르는 상황은 어떤 것인가? 어떤 감정들이 밀려오는가?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가? 현장 동료들이 말하는 것은 주로 두렵다/ 기부자와 마주하는 대화/ ‘돈 주세요’라는 요청/ 그리고 거절이다. 이 상황의 흐름을 정리하면, 요청이 두렵지 않으려면 대화를 잘 해야 하고 대화를 잘하려면 돈 중심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 거절의 확률이 줄어들 수 있다. 요청하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우리의 오류는 주로 ‘돈을 달라’는 그 순간의 대화이다. 그러나 요청은 한순간의 대화나 답이 아니다.

Column

그럼 요청은 무엇일까? 요청은 한 지점을 지칭하기보다는 그 한 지점을 위한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요청을 위한 설정(setting)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설정(setting)을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요청을 구성하는 3가지를 A.I.P라고 명명하겠다. Asking is Attitude, Asking is Information, Asking is Performance. 태도(Attitude), 정보(Information), 표현행위(Performance) 각각의 첫 글자를 따서 A.I.P이다.

첫 번째, Asking is Attitude는 조직과 ‘기부를 요청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이다. 무엇에 대한 확신일까? 바로 조직과 모금명분에 대한 확신이다. 그리고 명분을 이루기 위한 목적사업에 대한 확신이며 그 명분을 수행하는 우리 조직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기부를 요청하는 사람이 스스로 명분에 대한 당위성과 사업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많은 말들을 준비하였더라도 말을 할 수 없다. 말은 내면에 가득차 있는 것이 넘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할 것들을 대사처럼 외워서 나열할 수 있겠지만 말의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조직과 명분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부자에 대한 존경이다. 기부자가 주는 돈은 기부자의 삶이다. 기부자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땀흘려 번 피 같은 돈이다. 기부자와 기부금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없다면 모금가로서 자격이 없다. 우리는 우리 것을 도로 받는 것이 아니며 준비되어 있는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또한 기부자가 당연히 우리에게 주어야 할 이유도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우리에게 기여되는 것이다. 기부자의 삶을 존경하지 않는 조직과 모금가가 과연 누구의 삶을 구하겠다는 것인가. 셋째는 여쭙기이다. 요청은 기부자를 설득해서 예, 아니오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요청은 질문하여 공감을 얻어내는 작업이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묻는 것이다. ‘왜’ 이것이 필요한지,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쭙는 것이다. 질문 혹은 묻는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여쭙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존경의 태도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말은 우리의 정신과 관점에 따라 나온다. 기부자에게 묻다와 기부자에게 여쭙다 중 기부자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더 진정스러운 것이 어느 쪽인가? 그래서 더욱더 의식적으로 요청은 여쭙기의 태도라고 말하고 표현한다. 여쭙는다는 것은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며, 관심과 관여에 대한 참여를 기부자에게 요청드리는 것이다.

두 번째, Asking is Information은 조직과 ‘기부를 요청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정보이다. 첫째는 조직에 대한 정보이다. 두 번째는 명분에 대한 정보이다. 조직과 명분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연한 것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어떤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는가? 그 역할을 하였는가? 과연 우리 조직은 우리가 지향하는 것에 대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열거한 질문들을 어떻게 잘 설명할 것인가? 함께 풀어가야 할 명분이 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왜 공동체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으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기부자가 무엇을 함께 해야 하며 무엇을 여쭙고 싶은 것인가? 그럼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단순하게 좋은 일, 착한 일이라는 따뜻한 느낌이 아닌 좋은 사람,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라는 뿌듯한 감정이 아닌, 참여와 해결의 구체적인 주체자로서 의미와 정보를 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부자에 대한 정보이다. 우리가 요청하는 ‘기부자’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왜 그 ‘기부자’에게 요청을 하는 것인가? 기관과 기부자는 어떤 관계가 누적되었는가? 명분과 기부자는 어떤 공감과 영향을 가지고 있는가? 돈이 많아서? 기업 대표라서? 평소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기부자의 특성은 무엇인가? 사회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제시하는 명분에 대해 기부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등등. 요청을 위한 셋팅 구성이 좀더 탄탄해 지도록 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얼마만큼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태도(Attitude)가 요청의 중심축이라면 정보(Information)는 요청의 확장범위이다. 잊지 말자. 요청을 단단하게 풍성하게 알차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 Asking is Performance는 요청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며, 요청을 성공시키기 위한 설정(setting)이다. 요청의 표현행위(Performance)는 6가지 적절한 구성요소가 있다.

- 적절한 사람(Right Person) : 누가 요청할 것인가

- 적절한 기부자(Right Prospect) : 누구에게 요청할 것인가

- 적절한 이유(Right Reason) : 무슨 근거나 이유로 혹은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 적절한 시간(Right Time) : 언제 할 것인가

- 적절한 방법(Right Way) : 어떤 방법 혹은 방식으로 요청할 것인가

- 적절한 금액(Right Amount) : 무엇을 얼마나 요청할 것인가

6Rights는 적절한 사람이(Right Person)이 적절한 기부자(Right Prospect)에게 적절한 이유(Right Reason)를 가지고 적절한 시간(Right Time)에 적절한 방법(Right Way)으로 적절한 금액(Right Amount)을 요청하는 것이다. 적절한 사람(Right Person)이란 누가 요청할 것인가이다. 적절한 기부자(Right Prospect)는 누구에게 요청할 것인가를 말하며 적절한 이유(Right Reason)는 무슨 근거나 이유로 요청할 것인가 인데 적절한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말하기도 한다. 적절한 시간(Right Time)은 언제 할 것인가이며, 어떤 방법 혹은 방식으로 요청할 것인가가 적절한 방법(Right Way)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금액(Right Amount)을 요청하는 것은 무엇을 얼마나 요청할 것인가 인데 기부자가 줄 수 있는 것을 말하며 기부자가 줄 수 있는 범위를 요청하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적절한’이란 표현이 적확하지는 않다. 잘못 이해하면 두리뭉실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옳은, 맞는’이 더욱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부자에게 공감을 얻고 연대를 확인 하는 과정에 ‘옳은, 맞는’것을 맞추기가 가능하기나 한가? 사람 마음 얻기가 어디 쉬운일인가 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기부자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고 기부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기부자가 기부할 수 있는 것을 요청하는 셋팅이 바로 퍼포먼스인 것이다.

요청이 두려운가?

우리가 요청이 두려운 이유는 조직과 명분에 대한 확신과 기부자에 대한 존경이 없기 때문이다. 요청이 두려운 이유는 조직과 명분에 대해 그리고 기부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요청이 두려운 이유는 고민만 하다 한번도 요청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태도, 정보,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과 구체성,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요청은 한 순간의 대화나 답이 아니다. 요청은 한 지점을 지칭하기 보다는 그 한 지점을 위한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요청은 전략적인 설정(setting)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청이 두려울 때 상기해야 할 것이 있다. ‘기부자도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이다. 우리는 가끔 설명했는데 이해 못하는 기부자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득당하지 않는 기부자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받는 것이 익숙하다보니 거절에 의기소침해진다. 받는 것이 당연하다보니 거절이 기분 나쁘다. 우리의 설명과 설득이 아무리 완벽한 것이라도 기부자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우리의 익숙함과 당연함이 기부자도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게 한다. 결정도 거절도 모두 기부자의 권리이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