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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정현경의 날(生)질문 – 감사문자 보내자 해지 전화가....
[정현경] 정현경의 날(生)질문 – 감사문자 보내자 해지 전화가....
  • 정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9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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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의 날(生)질문 – 감사문자 보내자 해지 전화가....

평소 필자는 같은 영역(비영리)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스터디 모임을 정기적으로 한다. 기부와 모금이라는 주제로 분야에 따라 사례나 관련 책을 가지고 서로의 현장고민을 나누고 나름 해법을 찾아간다. 정규적인 교육이 아닌 자발적 학습조직이라 매우 열심히 심각하고 치열하게 현장에서 일어나는 있는 그대로의 ‘날’ 고민, ‘날’ 질문, ‘날’ 대안들이 만발하게 가득찬다. 오늘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은 ‘날’ 질문은 이것이다.

질문의 주인공을 소개하자면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매우 매우 성실한 동료로 사회복지시설의 여건상 오롯이 모금업무만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모금’ 담당자라는 책임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틈틈이 모금교육을 찾아다니는 3년차 모금경력자이다. 교육 후에는 꼭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얼마전 그는 한 모임에서 내게 다음과 같은 날선 질문을 하였다.

“모금교육 받고 얼마 있다가 기부자에게 감사문자 보냈거든요. 그런데 다음날부터 해지 전화가 너무 많아요”

등줄기에서 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앗!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0.5초 동안 당혹스러움이 몰아쳤다. 모금교육 중 ‘기부자 인식’과 관련된 내용에 공감했고, 매월 기부금을 주시는 기부자에게 제대로 감사문자를 보내지 않는 시설의 상황을 인지하였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매월 기부자에게 감사문자와 사업보고를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정성을 다해 감사문자를 보냈단다. 그.런.데! 해지전화가 밀려오는 것이다.

“거기 어디예요?”

“제가 후원하고 있었어요?”

“언제부터 기부하고 있었던 거죠?”

“문자와서 알았어요. 인출 중단해 주세요”

해지전화의 절정은 3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10년동안 기부해 주시는 기부자의 전화였다. “문자를 보고 마누라가 당장 중지하라고 하네요. 나도 잊고 있었는데, 해약해 주세요. 이러다 집안싸움 나겠어요”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기부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를 지지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연대자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부자의 참여에 늘 응답하고 소통할 준비와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응답과 소통을 통해 감사하고 안내하고, 보고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부자와 함께 이룬 성과와 변화는 반드시 기부자와 나누어야 한다. 이는 모금을 하는 비영리기관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기부자 인식’은 기부자로 하여금 ‘내가 왜 참여하고 있는지’, ‘어떤 곳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참여로 인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구나’ 혹은 ‘나의 참여로 누군가 인간다운 삶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관에서는 ‘기부’행위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기부자를 기관으로부터 차단시키고 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행위를 잊게 되는 것이다. 기부를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기부를 하면서 느꼈던 뿌듯했던 기억도 잊게 되는 것이다. 기억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지고 몸이 멀어지고 나면 ‘기부’도 아깝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부자는 기관으로부터 문자 하나를 받게 된다. 그 문자는 해당기관에서 새로 바뀐 모금담당자가 더 열심히 해 보려고 교육때 배운데로 기부참여에 대한 감사 메시지이다. 기부자는 옛 기억이 되살아 났다.

“아~~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아.. 그때.. 거기.. 따지고 보니 이렇다할 사업 보고도 없었다. 아.. 뭐 얇은 책자가 온 듯도 하고.. 그것도 이사를 가고 나서는 다시 오지도 않고.. 가끔 메일이 오기는 하지만..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리고.. 이런... 잊고 있었던 내 돈을 찾았다”

‘우리로서는 기부자 한 명을 잃었고 기부자는 의미없이 지출되는 돈을 찾는 결과’가 일어났다. 새로운 기부자 백 명을 모으는 것 보다 한 명의 기부자가 우리를 잊고 떠나는 것에 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백 명의 신규 기부자를 얻기 보다는 기부자 한 명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더 큰 의미와 성과가 있다. 기부자의 성장은 기부를 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기관과 기부자는 함께 성장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건강한 성장은 기부자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부자에게 감사문자를 보내면 기부한 것을 알게 되고, 알게 되면 해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연락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기관과 모금담당자가 그동안 기부자를 어떻게 대하고 소통해 왔는지 반성하고 해결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에 실행을 위한 ‘기부자 인식을 위한 실천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신규기부자에게는 반드시 전화나 서면을 통해 기부약정 내용(금액, 일자, 계좌번호 등)을 확인한다. 이때 사업안내와 소통방식도 여쭈어야 한다.

둘째, 매월(정기적으로) 기부참여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진행된 사업과 기부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안내도 겸한다.

셋째, 기부한 사업에 대해 보고한다. 홈페이지나 소식지에 기록되어있다는 메시지 보다 별도 서면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넷째, 기부자 기념일과 절기에는 안부 인사가 필요하다. 문자나 전화, 서면등 다양하게 기관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한다. 일상을 공유한다면 더 친밀감이 생긴다.

다섯째, 특히 연말정산과 같은 안내는 12월(개인근로자), 5월(사업자)전에 미리 한다.

이것이 기준과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좀더 자주, 좀더 많이, 좀더 정확하게, 좀더 정성을 다해서, 좀더 꾸준하게, 좀더 체계(담당자와 시기)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기부자를 선택할 것인가?

⓵ 기관의 기부자로써 인식하고 기부금이 언제 어디로 얼마가 인출되는지,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고 있는 기부자 100명!

⓶ 내 통장에서 밀려나가듯 빠져나가버리는 기부금을 잊고 사는 기부자 100명!

지금이라도 인식하게 하면 기부를 중단하겠지라는 불안 때문에 계속 소통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과연 우리의 성장은 의미있는 것일까?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관에게 정말 안전한 것일까?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바른 일이라고, 맞는 일이라고, 배운 대로 시작한 감사문자가 기부 해지를 만들었다. 그렇더라도 어렵고 힘들게 세운 마음 기죽지 말기를 요청한다. 기관이 더 건강해 지기 위한 과정이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안하지만 실상 나도 두렵다. 옳은 일은 늘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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