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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새해에는 마음부터 넘겨보자
[김현수] 새해에는 마음부터 넘겨보자
  • 김현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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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유명인사가 마라톤을 하며 모금을 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도 자주 들어왔던 모금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유명인사가 의사이자 교수이며 2012년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이다. 어라? 한국에서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 노벨 평화상 외에는 다른 분야의 수상자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하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토교대학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이야기이다. 정형외과의지만 지금은 임상에서 떠나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니 연구자로 불리는 게 더 적합하겠다. 연구자이며 의사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씨가 마라톤으로 모금을 한다. 좋다. 연구자도 셀럽이 될 수 있으니까. 셀럽이 취미로 하던 달리기에서 마라톤에 도전하여 모금을 한다? 역시 들어왔던 이야기로 하고 일본에서 일어난 일에 특별하다고 하지 않기로 한다.

어라, 그런데 그 모금의 명분이 줄기세포 연구비라니?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간 그 줄기세포? 의학 분야 연구비에 10년 동안 21만 명의 기부자가 2170억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에는 솔직히 눈이 동그래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감히 아시아 필란트로피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말이다. 국가 간 기부지수를 비교하는 CAF 세계 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44개국 중 60위, 일본은 128위이다. GDP 대비 한국은 0.8% 정도를, 일본은 그 절반도 되지 못하는 정도를 기부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분야 연구비를 모금했다는 것은 기존의 기부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소위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어려운 모금 명분을 가지고 이렇게 성공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을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활동의 절반 이상을 모금하는 데 쓰고 있다는 데서 찾는다. 우리는 리더가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부하기를 요청하는 것은 리더로서 품위를 잃고 체면이 깎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리더가 자신을 낮추고 기부를 요청할 때 상대방이 더 깊은 감동을 받는데도 말이다.

높이뛰기 선수가 6미터 높이 장대를 넘어설 수 있는 비결은 마음부터 먼저 넘기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비영리기관의 리더들이여, 올해는 리더들이 모금을 바라보는 마음부터 넘겨보면 어떨까? 새해 벽두부터 일본의 기부문화 약진에 한 방 맞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연말에는 기분 좋게 달래 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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