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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열매 양호영 팀장]
[사랑의열매 양호영 팀장]
  • 김현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4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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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의 관점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하는 초고액 기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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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열매 양호영 팀장]

기부자의 관점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하는 초고액 기부 스토리

2018년 3월 한국의 개인 초고액 기부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초고액 기부가 있었다. 배달의 민족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50억을 한국형 기부자 조언 기금 방식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였다. 모금회라면 가만히 있어도 기부금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양호영 개인모금팀장을 만나 그 이야기와 모금철학을 들어보았다.

본인 소개와 어떻게 모금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랑의열매 모금사업본부 개인모금팀장 양호영입니다. 사랑의열매와는 2005년에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중앙 인사담당자를 거쳐 아너 소사이어티가 태동한 2007년부터 자원개발팀(현 모금팀)에서 지상파 방송 및 언론모금을 전담하며 모금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모금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모금 팀에는 자원을 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협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방송사 등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방과 함께 맞추어 가는 과정과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지만 짜릿했습니다. 지역모금사업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2014년 경북지역 모금팀장으로 발령 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직접 캠페인 현장모금을 경험하며 한 푼 한 푼이 소중한 걸 알게 되었고, 발로 뛰고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경험을 하면서 언젠가는 아너 소사이어티를 넘어서는 초고액 모금의 성과도 꼭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의 50억이라는 초고액기부가 큰 반향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신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2017년 10월경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가 SNS에 고액을 출연해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접촉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는데요, 정말 운 좋게도 당시 배달의민족에서 지원하고 있는 어르신 우유안부 행사에 다녀온 지인의 도움으로 배달의민족 피플팀 담당자분과 연결되게 되었습니다. 연락을 드려보니 이미 재단을 만들 계획 중이고, 가칭으로 재단 이름까지 정해져 있는 상태이지만 한 번 제안은 들어보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이미 용처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미팅을 잡았습니다.

당시 제가 아는 정보는 기부금액, 재단설립 예정, 재단의 주요참여자들이 이미 구성이 되어 있다는 세 가지 정보였어요. 그래서 재단을 만들어 운영할 때의 효과성, 재단을 만들지 않고 모금회에 기부해서 재단과 비슷하게 운영하는 방법, 신규재단 설립 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모금회와 협업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미팅에는 박사님 한 분께서 동석하신다는 소식에 지피지기라는 의미에서 열심히 그분 정보를 찾아보고, 집필하신 도서도 사전에 읽어 두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때는 절실한 마음이었고요, 그렇게 첫 미팅을 2시간 정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에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는데요, 어떤 답도 받지 못하고 돌아온 터라 기대반 포기반의 마음으로 있던 중 2주 만에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고 바로 김봉진 대표께 직접 브리핑을 해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첫 미팅 시기가 마침 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절감하고 계셨던 때라 그 분들께도 필요한 제안 내용이었고, 또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동석하셨던 박사님이 재단 이사장으로 예정되신 분이라 그분께 직접 제안하는 기회를 거쳐, 이어서 바로 김봉진 대표께 제안 설명할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2차 미팅의 초점을 고민해 본 결과 김봉진 대표를 직접 대면하는 만큼 그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만한 맞춤형 지원사업 위주의 브리핑을 준비하여 2차 미팅에 나갔습니다. 김봉진 대표께서는 한 시간 이상의 브리핑을 세심하게 경청하시며, 이후 사업적인 부분들에 대해 꼼꼼히 질문하였습니다. 이렇게 약 2시간 정도의 떨리는 브리핑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열흘 정도 지난 후 다시 연락이 왔는데 지난 미팅 결과가 호의적이었는지 이번에는 재단 이사로 내정되신 분들께 제안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내심 마지막 고비일 수 있겠다는 직감과 동시에, 당시 이사분들 중에는 모금회 기부에 부정적이신 분들도 계셨고, 여러 가지 생각이 다르신 외부 관계자분들을 모시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라 많은 부담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장점만 부각하고 단점을 숨기기보다는 모두 꺼내어 제대로 보여드리고 설명하자는 마음으로 기존의 자료를 뒤집고 새롭게 브리핑을 준비하여 3차 미팅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상 질의응답까지 사전 준비를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질문과 답변 속에 120분이라는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가 버렸습니다. 사실 브리핑은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 마무리되었지만, 당시 분위기상 오히려 기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랄까요, 열흘 정도 지난 어느 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배달의민족 담당자분으로부터 사랑의열매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정말 너무 놀라고 기쁜 나머지 지하철에서 크게 소리 지를 뻔 했습니다. 모금업무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짜릿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과정은 실무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 최초 계획했던 개인재단의 설립에서 기부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모금회에서 재단처럼 운영하는 ‘한국형 기부자 조언 기금’ 제1호로서 ‘우아한 영향력 선순환 기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김봉진 대표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되짚으며, 환경이 어려워서 기회조차 갖기 힘든 아이들에게 마음껏 공부하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사업으로 구성하여 올해 7월부터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형 기부자 조언 기금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기존에 있었던 일반 기부자 조언 기금(DAF)은 예치해 놓은 기부금의 이자 수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원사업의 규모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한 것이 사랑의열매의 ‘한국형 기부자 조언기금’인데, 이는 원금소진형 기금사업으로 기부금 총액을 모금회가 직접 관리하며 원금이 전액 소진될 때까지 기부자의 의도를 반영하여 신속하고 빠르게 지원사업에 투여됩니다. 결국 재원의 안정성과 신속성을 보완한 한국형 기금 사업이며, 기부금액과 내용에 따라 기금 이름과 운영위원회 구성 등에 기부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므로 기부자는 개인재단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 영향력 선순환 기금’ 역시, 사전에 이사로 내정되었던 분들이 모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 기부 이후로도 문의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 영향력 선순환 기금’에는 애초에 재단 이사장을 맡고자 하셨던 신병철 박사님과 전 네이버 대표이신 김상헌 대표 부부께서 추가로 기부에 동참해 주셨고요, 최근 12월에는 김봉진 대표의 기부 소식에 영향을 받아 스타트업의 또 다른 성공신화인 쏘카 창업자 김지만 대표께서 평소의 기부의지를 실천하고자 ‘제쿠먼 #맨들어 기부기금’으로 한국형 기부자 조언기금 2호로 가입해 주셨습니다.

사랑의열매가 한국의 기부문화와 사회복지계에 많은 기여를 하였고 도전도 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역할을 우리 사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랑의열매가 2007년 당시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 때 한국에 과연 1억 이상 기부자가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6개월 만에 겨우 첫 가입자가 나올 만큼 어려웠지만 11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새 2천 명에 달하게 되었고, 이제는 다른 모금단체들도 고액기부자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때 사랑의열매가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고액기부의 토대를 마련하고 새로운 기부문화의 저변확대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김봉진 대표나 김지만 대표의 기부도 우리사회에 초고액 기부의 문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의열매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역할과 방향 역시 다른 모금단체들이 미처 하기 힘든, 하지만 모금시장의 확대와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한 새로운 모금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또 그것을 통해 모든 모금단체들이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도록 나눔 문화의 생태계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금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좀 해주십시오.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의 규모나 크기와 상관없이 모금하는 분은 언제든 기부제안을 시도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이 있다면 승낙이든 거절이든 결과가 있겠지만, 제안이 없다면 이마저도 없겠지요. 두 번째는 제안할 대상에 대한 꼼꼼한 사전 준비입니다. 평소의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요즘의 근황은 어떠한지 등을 아는 것은 필수이며, 특히 직접 면담이 잡힌다면 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데요, 저도 배달의민족 미팅 때 사랑의열매와 함께 우유안부 캠페인 배지를 달고 갔더니 이를 알아봐 주셨어요. 작지만 호감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꿈을 알려주십시오.

모금가로서 이왕 시작한 초고액 기부를 더 크게 늘려 나가며 국내 기부문화에 새로운 장을 여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모금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데 일조하는 것이 모금가로서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으로의 꿈은 기부자에게 진 빚을 갚는 것입니다. 기부하시는 분들은 모금가를 믿고 기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만큼 모금가의 책임과 신뢰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 역시 저를 믿고 기부해 주신 분들께 항상 그만큼 빚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많이 부담 되지만 그 빚을 갚는 길은 기부한 것 이상의 만족감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랑의열매를 믿고 기부해 주신 만큼 그 이상의 보람으로 되돌려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초고액기부 전략연구에 참여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과연 모금회에 개인 초고액기부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3년 후 초고액기부를 만들어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저력에 놀라게 되었다. 양호영 팀장처럼 남다른 열정과 노력에다 기부자에 대한 책임감을 갖춘 모금가들이 모금회에 있다면, 11년 동안 아너 소사이어티에 2천 명 이상의 기부자가 참여한 것처럼 초고액기부도 수년 후면 많은 기부자들이 참여하고 한국 기부문화의 새 지평을 연 것을 기뻐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것이 근거 없는 예측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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