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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계의 Triple Crown Records와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 50억 기부
모금계의 Triple Crown Records와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 50억 기부
  • 망고포스트(mangopost)
  • 승인 2018.10.3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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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미국인-비록 전세계 기록은 러시아인이 가지고 있지만-인 페기 윗슨이 지구로 무사 복귀하면서 "앞으로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기록을 깰 기회를 얻게 될 때 (그들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능은 우주를 통해 진리를 안다는 것을 넘어 경쟁적으로 기록을 갱신하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서양이 동양보다 도전의식이 강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기록에 대한 도전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는 기록, 조직의 능력(capacity)을 넘는 기록, 나라의 기부 기록 등 경쟁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기록 경쟁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동기를 주기도 한다. 많은 특정 개인의 기부금액은 필요에 의해 결정되지만 기록 갱신을 위한 개인의 욕구에서 나오기도 한다. 가장 크게, 가장 먼저, 오로지 나만의 몫을 감당하는데 희열을 느끼게 하여 거액 기부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이는 기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시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최초(First), 최고(Best), 유일함(Only)이라는 기록은 비영리에서도 존재한다. 아마도 이는 기부자 가치제안의 핵심으로, 목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자신의 위치를 중간에서 점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운동선수의 코치나 기업의 판매부서장이 팀원들 독려하는 것처럼 기부자가 자신이 낸 기부금을 늘리는 것, 모금단체가 해마다 기부금을 늘리는 것, 국가의 총 기부금을 늘리는 것 등 건강한 자신과의 싸움 또는 다른 단체와의 경쟁, 그리고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자신과의 경쟁이 비영리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기부를 늘리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팀이 없는 것이 아쉽다.

재정 상담가와 모금전문가가 생각하는 부자는 기부 마인드가 다르다. 프로 모금가는 자신이 가장 큰 금액을 요청한 것에 대한 기록을 위해 노력하고, 기부자는 가장 큰 금액을 기부하는 일에 대해 도전 받는다. 어떤 기부자에게 꽤 큰 금액을 요청했더니 약간 놀란 표정을 하면서 "난 평생 그렇게 큰 금액을 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말해서 "저도 그런 금액을 요청한 것은 처음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그 금액을 기부했고 요청자도 기록을 갱신했다는 소식이었다.

모금은 요청자의 최고 요청기록과 기부자의 최고 기부금액 간의 샅바 싸움이고, 모금가 자신과의 싸움이자 기부자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번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양호영 모금팀장이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로부터 받은 50억 원 개인 기부금은 쉽지 않은 기록 갱신이다. 그는 애초 재단 설립을 검토했지만 재단 운영 비용을 줄여 보다 많은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모금회의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은 공동모금회가 기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기부자의 조언에 따라 지원 사업을 펼치는 원금소진형 기금운영 방식이다. 이는 기부자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형태여서 미국의 DAF와 차별화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국형 기부자조언기금은 기부가 이루어진 후에도 최대한 유연하게 기부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물론 내용면에서도 주목을 끌지만 그 전까지 개인기부로 모금회가 받은 기부금 43억 원(최신원 회장)이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에 김봉진대표가 개인 기부금 기록을 갱신하고 동시에 단체의 기록도 깨는 ‘Double Records Breaking' 은 모금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더 나아가 양호영 팀장의 개인 모금기록도 갱신한 셈이다. 그래서 아주 드문 'Triple Crown Records Breaking’ 이 되어 모금가로서 행운이고 축하해 줄 만하다. 그러나 모든 공은 김봉진 대표에게 돌려야 하는데, 왜냐하면 모금가는 사진에 나오지 않는 운명으로 태어난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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