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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백세 지성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방식
[이승훈] 백세 지성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방식
  • 이승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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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를 살다가 세상을 떠나신 지성인 세 분이 떠오른다. 스콧트 니어링, 히노하라 시케아키박사, 그리고 최근에 안락사를 선택한 데이비드 구달박사. 이 분들의 세상에서의 삶이 서로 다르듯이 세상을 떠난 방식 모두 다르다.

 

Column

스콧트 니어링은 미국의 사회주의 학자로 노동운동, 여성해방운동 그리고 반전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탄광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 태생이면서 한때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지만,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자로서 미국 내에서 요주의 인물로 어려운 삶을 이어갔다. 인생 중반에는 시골에서 자급자족과 채식주의의 검소하고 절제 있는 삶을 이어갔다. 그의 소박한 삶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반전, 히피 문화와 함께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농장을 방문하는 등 세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100세가 되는 날 자신이 더 이상 남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유동식만 먹는 것으로 시작하여 음식을 끊음으로서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었다. 그가 남긴 죽음에 대한 철학은 죽음도 삶의 연장이고, 어떤 의학적 도움 없이 고통까지도 느끼고 싶다고 했다. 바다가 보이는 집안에서 삶을 마감하고자 했으며, 평상복 차림으로 친한 친구들에 의해서 어떤 종교인의 도움 없이 삶을 끝내고자 했다. 이런 유형 VSED (voluntary stopping of eating and drainking) 자발적 금식에 의한 죽음으로 최근에 정의하고 연구되고 있다. 자살 또는 안락사의 한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일본 최고령 현역 의사로 활약하다가 알려진 105세 나이로 돌아가신 히노하라 시케아키 박사는 마지막 저서인 앞으로도 살아갈 당신에게 라는 책에 죽음과 삶, 사랑, 용서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히노하라 박사는 의사이자, 신앙인으로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도 진료는 물론 많은 사회 활동을 했으며 백 세 넘어서 음악회에서 지휘도 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많은 책을 저술하였는데 특히 노후의 건강, 바람직한 생활 습관 등에 대한 책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십여 년 전부터 백세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박사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을 백세 시대의 의사의 롤 모델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히노하라 박사는 일한다는 것은 삶 그 자체라며,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주어진 생명이라는 시간을 사회와 이웃을 위해 쓰는 이타 정신의 길을 걸으면서 삶과 일이 함께 하도록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오후가 긴 것은 행복하고 멋진 일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미처 알지 못한 자신과 마주해 자기 발견하는 것이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연명치료 결정의 괴로움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평소부터 가족과 함께 생명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박사는 105세 때 폐렴이 발견되자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고 집에서 몇 개월 요양하면서 지내다가 가족들 품에서 조용히 잠자는 것처럼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호주의 104세 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의 안락사 소식도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다. 아무 병도 없는 사람이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까지 가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구달 박사도 백세 현역이었다. 평생을 자연과 환경을 연구한 학자로 100세까지 논문을 쓰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몸이 쇠약해지면서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고, 더는 삶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어서 안락사를 선택한 것이다.

스콧트 니어링, 히노하라 시케아키 그리고 데이비드 구달 박사 세 분 모두 백세까지 현역으로 삶을 사신 최고의 지성인들이었다. 그런데 삶의 마무리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스콧트 니어링 박사는 스스로 음식을 먹기를 중단함으로써 죽음을 맞았고, 히노하라 시케아키 박사는 인생의 오후가 긴 것은 행복하고 멋진 일이라고 여겼고, 생명을 주신 신의 뜻에 감사하면서 연명치료는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질병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락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도 자신의 삶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노화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백세가 된 것을 후회했고, 스스로 더 이상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 지성인들의 죽음 중 어떤 죽음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백세까지 살아본 분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후회는 없으신 분들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택이 더 좋았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분들의 죽음이 보통 사람들의 죽음과 같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더 살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는 연령에서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요?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앞당길 자격이 있는 것일까? 죽음도 삶의 연장이라고들 합니다. 죽는 과정에 아픔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과 용서와 이해 그리고 깨달음이 있다고 한다. 죽음의 과정에도 우리는 느끼고 배울 것이 있다는 의미이다. 죽음을 터부시하지 말고, 미리 미리 가족들과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날이 오더라도 모든 것이 준비된 것 같은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병에 걸렸을 때 내가 원하는 치료, 연명치료 등에 대해서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미리 밝혀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길이다.

 

https://blog.naver.com/kmalsh/22087026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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