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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트리 이선희 대표] 기부자 데이터의 힘을 믿어라
[휴먼트리 이선희 대표] 기부자 데이터의 힘을 믿어라
  • 김채영(Chaeyoung Kim) 기자
  • 승인 2018.10.17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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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박원순펀드’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약정 받아 선거자금으로 쓰고, 선거가 끝나면 일정 이율을 더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무소속에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한 박원순 시장을 돕고자 하는 시민들의 SNS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이다. 2011년 첫 시도 후 박원순시장이 재출마했던 2014년, 2018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박원순 펀드.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선희 비영리마케터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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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계셨다고 들었다. 이 필드에 들어오시게 된 이유에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광고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당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영리 마케터 출신이 비영리섹터에서 일하기를 원했던 그분의 제안을 받고 비영리 마케팅 회사, 휴먼트리를 설립하게 되었다. 박원순 상임이사와 작고하신 오재식 전 월드비전 회장이 상임고문을 맡아주시고 또 비영리 분야를 가르쳐 주셨으니 제게는 행운이었다.

이선희 대표님 하면 2011년에 성공적으로 끝난 박원순펀드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그 풀 스토리가 궁금하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시민운동가 출신이어서 정치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이 열세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선거를 불과 한달 반 앞둔 상황에서 선거캠프참여가 결정되었으니 선거비용을 모금하는 것은 더욱 난제였다.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하게 되었다. 첫째는 시민 네트워크와 통하라, 둘째는 SNS로 승부하라 였다. 그런데 이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무현후보의 '돼지저금통'이나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유시민후보의 '유시민 펀드'라는 성공사례가 있었으니까. 우리는 ‘박원순’이라는 상품의 매력을 믿고 대중의 참여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인 온라인 네트워킹 전략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층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변화의 모멘텀을 이루어 내야한다는 광범위한 정서적, 인지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한가지 사례가 있다. SNS를 통해 모금 릴레이 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미국에 유학중이던 한 대학생이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에 반쪽, 나머지는 점심으로 나눠먹으며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데, 자신의 용돈을 아껴 후원했다는 사연이었다. 그 사연을 보고 박원순 후보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지지자 층의 열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결집ㆍ확산시키는 통로로 SNS를 활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사실, 매우 상식적인 선거 모금 방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선거 후에 정부 특임장관실에서 연락이 왔다. 특임장관께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OECD 공공행정위원회에서 박원순후보의 SNS선거모금 사례를 발표하고 싶으니 자료를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렇게 2011년, 2014년, 2018년도까지 박원순펀드를 세 번이나 진행하신거다. 지난 6월 선거 모금때는 박원순펀드가 15분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처음과는 또 감회가 다르셨을 것 같다. 박원순펀드를 통해 대표님이 배우신 교훈, 팁이 있다면?

첫 번째는 기부자 데이터의 힘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모금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는 큰 힘이자, 동시에 장애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고 이미 두 차례 시장을 역임했다는 사실 때문에 2011년과 같은 대중의 열기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다. 2011년 첫 선거는 대중의 지지와 열기를 SNS를 통해 묶어내고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 수 있었지만 2018년의 선거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던 셈이다.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가 선택한 전략은 ‘조직적 맞춤형 모금’이었다. 그것을 위해 필요했던 첫 번째 과제는 박원순 후보와 연관을 맺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작업은 단기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지지자들에게 연령별, 특성별로 ‘정책을 셀링’하기로 했다. ‘박원순 후보를 후원하는 것은 당신의 삶을 바꾸는 투자’라고 소구한 것이다. 2011년 첫 선거의 뜨거웠던 열기가 다소 차분해진 대신, 보다 조직적이며 합리적인 방식의 모금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방식이 잘 통한 것이었을까? 예상보다 너무 빨리 마감되었다. 참여하지 못한 지지자들의 원성도 컸다.

빼놓을 수 없는 교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모금상품의 매력이다. 최근에 박주민의원의 후원금모금이 큰 성과를 거두어서 화제를 모은 바도 있는데, 전략 이전에 모금상품이 갖는 빛나는 매력이야 말로 최고의 덕목일 것이다. 비영리기관이 모금을 할 때 모금대상사업이 기부자의 지갑을 열만한 매력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금 이전에 대상사업의 기획부터 고민해야한다.

실제로 모금 컨설팅을 하는 경우 모금대상사업부터 함께 고민해서 재기획을 하면 모금성과도 가장 높게 나온다. 그래서 사업을 기획할 때는 단체와 수혜자라는 양방향에서 기부자를 넣어 3각 구도로 기획해 보라는 제안을 한다. 이 사업에서 기부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를 고민하고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라는 제안이다. 사업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모금전략전술의 생명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재단 등 비영리단체를 위한 모금과 정치적 모금은 성격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금전문가로서 대표님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금의 방식이나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법적인 측면과 기부자 성향이 다른 측면이다. 정치선거모금은 후원할 수 있는 자격과 금액이 법률로 제한되어 있다. 선거법에 저촉이 될 경우 당선자체가 무효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기부자 성향 측면에서 보면 정치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은 가치지향성이 강한 것 같다. 특히 후원을 통해 만들어 내고자하는 변화에 대한 열망들이 비영리분야보다는 좀 더 강렬해 보인다.

그렇다면 처음 비영리에 들어왔을 때, 겪었던 좋은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 비슷한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점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 나는 전쟁과 같은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마음이 행복한 작업이라는 것이 좋은 점인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모금은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인데, 지원금 등 단체운영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조건들이 있다 보니, 비영리 영역 전반에서 성장에 대한 열망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모금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금의 기술적 방식들 외에 모금을 향한 인사이트를 갖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아직 많이 알려진 분야는 아니지만, 한국 청년들 중 대표님처럼 정치적 캠페인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후배들에게 어떤 공부를 더 하면 좋은지, 등 조언을 해주신다면?

정치 분야든 다른 분야든 좋은 모금가가 되고 싶으면 모금 이전에 세가지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마케팅, 심리학, 글쓰기. 이 세가지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역량을 배양한 후에 모금에 대한 실무적 지식들을 익히면 좋을 것이다. 모금이라는 것이 결국 돈을 버는 작업이고 기부자를 설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케팅, 심리학, 글쓰기는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캠페인 매니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2014년 지방선거일 49일 전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선거캠프에서는 대중 대상 및 대외적으로 후원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캠페인 매니저인 나에게는 큰 위기상황이었다. 후원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P2P였다.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지인들을 대상으로 기부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한된 인력의 캠페인팀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어서 일종의 손오공의 분신술을 쓰기로 했다. 다시 말해 50명의 캠페인 매니저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50명의 캠페인 매니저가 각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후원을 요청하는 방식을 썼다. 성과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마감 3일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캠페인 매니저로써 꽤 멋진 경험이었다.

 

 

선거 후원회에서 스탭들과 함께 일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이선희 대표. 그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된 마음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선희 대표의 조언을 참조하여 나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후원자를 만나는 의미있는 경험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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