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2 11:49 (수)
[정현경의 '날(生)' 질문] 무조건 거리로 나가라
[정현경의 '날(生)' 질문] 무조건 거리로 나가라
  • 정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2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필자는 같은 영역(비영리)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스터디 모임을 정기적으로 한다. 기부와 모금이라는 주제로 분야에 따라 사례나 관련 책을 가지고 서로의 현장고민을 나누고 나름 해법을 찾아간다. 정규적인 교육이 아닌 자발적 학습조직이라 매우 열심히 심각하고 치열하게 현장에서 일어나는 있는 그대로의 ‘날’ 고민, ‘날’ 질문, ‘날’ 대안들이 만발하게 가득찬다. 오늘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은 ‘날’ 질문은 이것이다.

 

조직 리더가 무조건 나가서 기부자를 모아 오라고 합니다.

리더가 제시한 방법은 가까운 전철역에 터를 잡고 커피를 타주면서 지역 주민에게 기부 요청을 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의 주인공은 근래들어 모금과 관련된 교육과 책을 많이 읽고 조금씩 모금의 원리와 과정을 알아가고 있는 지라 ‘무조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배운 지식과 사례를 가지고 좀더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리더가 도무지 이해하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의 과거 예를 들면서 일단 열심히 하면 되었던 그 옛날 그 시절의 무용담을 제시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 듯한’ 태도와 각종 교육으로 ‘머리만 커진 듯한’ 실무자를 비난한다.

매우 난감한 지점은 이런 것이다. 첫째, 해당 조직에서 같이 일하지 않는 필자로써 확인할 수 없는 많은 주변 사항과 관계에 대해 알 수 없으므로 원론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둘째, 모금 책임자가 아닌 이상, 동료의 생각과 계획이 바른 것이라고 해도 모금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와의 다른 준비와 실행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아마 리더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실무자는 단시간내에 소진되거나, 시키는데로 하는 무기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동료의 뜻대로 한다 해도 모금사업에 대한 책임성 때문에 실패하면 비난을, 성공한다 해도 역시 빨리 소진될 것이다. 이래저래 소진되는 것은 마찬가지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모금에 대한 이해와 원리를 아는 사람들이 제시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꺼낸다.

첫째, 모금은 모을 준비보다 받을 준비가 필요하다. 많은 기부금과 기부자를 모은다고 해도 기부금과 기부자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모으기는 쉬워도 기부자가 알게 모르게 많이 떠날 것이다.

둘째, 모금은 실력좋은 모금가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협업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담당자 혼자 거리로 나가 기부자를 모으는 것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

셋째, 담당자가 거리로 나간다고 치자. 여러 가지 업무중 일부만 모금사업 업무를 맡고 있는데 얼마나 정기적으로 나갈 것인가? 그리고 나가더라도 적어도 한 두명의 동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거리로 나가는 것은 일정부분 지역주민에게 기관에 대한 이미지나 거리모금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능한 구조인가 확인해야 한다.

넷째, 요청은 모금가의 필요성과 진정성이 가득 찰수록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모금목적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금 책에서 뽑아낸 원론적인 이야기는 원론적일 뿐 현장 적용은 전혀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그럼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

첫째, 사회생활이다. 떠나지 못할 꺼면 조직과 리더에 일정부분 맞추어야 한다. 거리로 나가서 한번 해 보자. 아마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모하다 못해 준비없음에 대한 자괴감이 뼛속 가득히 느껴질 것이다. {사람을 멈추게 해야 하는데 내 손에는 싸구려 믹스 커피 밖에 없고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가고, 어쩌다 멈춘 사람에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앗! 기부의사를 보인 지역주민에게 기부신청서를 내밀었는데, 앗뿔싸..볼펜이 없다. 와! 기부신청을 한 장 받았는데 “제가 준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면 어떻해 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딱히 보여줄 것도, 보내줄 계획도 없는 우리 조직에 대해 말해 줄 수 없기에 ‘애드립’을 쳐야 하는데....} 좀 아프고 어렵겠지만 나가서 경험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준비되어야 할 것을 보고하라.

둘째, 전문가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조직원이 리더를 설득할 수 없다. 태고적부터 그랬다.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이라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리더라도 우리의 생사박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전문가를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라. 리더라도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셋째, 기부자의 목소리를 들려줘라. 기관 기부자의 해지율을 확인하자.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기관은 분명 매월 많은 기부자들이 이탈하게 되어 있다. 이탈요인이 무엇일까? 경제적인 이유로 해지한다고? 이건 우리의 변명이다. 소통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고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잊혀진 것이다. 해지에 대한 내부적 관리시스템 문제를 리더에게 보고하자. 작은 조직일수록 모으는 것보다 기부자가 떠나지 않게 하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넷째, 다른 조직의 성공사례를 보고하자. 성공사례의 경우 ‘얼마나 모았는지’가 전면에 내세워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을 모으기 위한 탄탄한 계획과 관리가 내부적으로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 풀 수 없는 곳이 현장이다. 그래서 어렵다. 상담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곳이 현장이다. 그래서 외롭다. 존경하는 동료여.. 이렇게 어렵고 외로운 현장을 홀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