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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김신곤 상임이사] 필란트로피스트로서 북한 바라보기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김신곤 상임이사] 필란트로피스트로서 북한 바라보기
  • 김채영(Chaeyoung Kim) 기자
  • 승인 2018.10.07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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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랴, 고대안암병원에서 환자 보랴,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랴 바쁜 김신곤 교수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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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열린 KSoP 메디컬포럼에서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을 소개하는 김신곤 교수

기자가 김신곤 교수를 처음 만난 곳은 9월 열렸던 KSoP 메디컬 포럼에서다. 그 때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이사장 문용자, 운영위원장 김영훈 고려의대 교수)의 상임이사로서 활동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고, 그 때 접한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의 여러 활동들은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별다른 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많은 일들에 헌신할 수 있었나?

이 영역은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할 사람들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계속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에 재단을 만들 때에 비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계산을 해 보니 나는 주 90시간 일을 하는 사람이더라. 많은 사람들이 주 50시간 근무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면 해야한다는 생각이 명확하다. 누군가는 고루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명감과 책임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 같나? 어렸을 때부터인가?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우리 집안은 기독교 기반이다. 가문의 철학 중 한가지가 신앙을 물려주는 것 이외에 일절 유산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앙을 통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운 것 같다.

필란트로피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 박애라고도 번역하지 않는가. 나는 이를 기독교 정신의 정수라고 본다. 신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은 그렇지 않은 현실도 마주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북한의 의료 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레 따라 온 것이라고 봐도 될까?

한 사람의 의사로서 나는 ‘모든 의사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의사는 질병을 고치는 사람이지만 질병이라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단지 육체적인 고통만이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큰 병을 앓는다는 것은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정신적인 고통,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져 겪게 되는 사회적 고통,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함께 따른다. 환자가 질병을 가진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고통을 겪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것은 단지 질병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환자에 주목하는 것, 더 나아가서 환자를 양산하는 사회의 시스템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그것이 질병에만 관심 갖는 의사를 소의, 질병을 가진 환자에 집중하는 의사를 중의, 그 사회 시스템에 주목하는 의사를 대의로 나누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한반도는 70년 된 중증환자다. 분단의 고통은 특정 개인들, 예를 들면 이산가족들에게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군인들이 존재해야하고, 남한 내에서도 이념 간 갈등이 팽배하다. 이는 결국 사회적인 낭비이자 출혈이라고 생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한은 짧은 시간에 경제 발전을 이루어 내었지만 그 기저에는 남북간 체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일념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는 과정보다 중요한 결과, 경쟁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를 살게 된 젊은이들은 과연 행복한가? 분단체제의 영향은 정말로 우리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나 바쁜 삶 속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잊지 않고 지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질병 뿐만 아니라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기 때문에 고통의 문제에 화답하는 의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철저하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학생 때는 통일 문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의사가 된 이후론 대부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한국전쟁 당시우리 집안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친인척 21분이 순교를 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의 아픔이 집안의 DNA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세가지 있다.

전임의를 마치고 정신없이 지내다가 다시 통일문제를 바라보게 된 계기가 바로 2005년 스리랑카의 쓰나미 현장이었다. 좋은 의사는 고통에 화답하는 의사라는 나의 믿음에 따라, 고통에 화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통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판단하에 긴급구호현장에 가게 된 것이다.

현장에 가보니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내전중인 나라였다. 그리고 쓰나미의 피해를 특히 많이 받은 지역이 반군지역이었다. (당시 김신곤교수가 스리랑카에서 돌아와 쓴 글. 출처:뉴스앤조이) 스리랑카의 식민지 경험, 내전지역과, 반군지역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 그 위에 닥친 자연재해. 그 현장을 보고 돌아오니 우리나라가 다시 생각났다. 그러다 문득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 나는 왜 그것을 잊고 지냈을까? 500만명이라는 사상자 중에는 우리 가족과 친인척들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수만명의 희생자들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던 사람이, 90년대 후반 수십만명이 굶주려서 죽어갔던 북한의 현실에 둔감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먼 곳에 있는 고통의 현장에 찾아가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바로 이웃에 있는 우리 민족의 고통에는 무감각했었다는 사실이 새삼 심각하게 다가왔다.

두번째 계기는 우연히 논문을 찾던 중이었다. 존스홉킨스대학 난민 센터의 Courtland Robinson 교수가 중국에 거주중인 탈북여성들의 건강 실태와 사망률을 조사하여 Lancet에 실은 것을 보게 된 것이다. (Mortality in North Korean migrant households: a retrospective study) 심지어 그 교수는 의사도 아니었다. 그 때 한번 또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억만리에 있는 외국 사람이 우리 동족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가 2005년에 탈북자 건강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통한 건강실태조사였지만, (국내 탈북자의 건강과 의료) ‘그 때 또 한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 분들을 다 만나뵙고 2008년부터 북한이탈주민 무료검진을 시작하였고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사실 검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의 숫자나 의료진의 숫자가 비슷하여 굉장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치있고 소중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하고 있다.

 

2008년 무료검진을 시작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연구자ㆍ교육자ㆍ의사로서 다가올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는지?

우선 연구자로서, 한국에서 매년 시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남북한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싶다. 명칭은 ‘한반도공동체 건강영양조사’ 정도가 좋겠다. 이를 통해 남북한 건강지도를 그려보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한반도는 매우 독특한 코호트다. 유전적으로는 동일하나 70년 이상의 분단을 통해 환경적인 변화가 컸다. 이것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제각기 다른데,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코호트가 한반도다. 갈라파고스라는 고립된 섬이 현대 과학에 엄청난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고립되어 있던 북한 주민들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남한 주민들을 통해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의학적 연구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자로서는 연구년ㆍ안식년때 북한에 가서 북한 의과대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의사로서의 나의 꿈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고통에 화답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북한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나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북한의 의사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가지고, 그들과 교류 협력하는 것. 결국 북한 주민의 건강은 북한의 보건의료인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것이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이 교육을 매개로 교류하는 이유다.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서 교육을 통해 서로의 장점으로 단점을 감싸 안을 수 있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중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만난 북한의 의료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는 김신곤교수.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는 가사의 ‘직녀에게’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자 한 북한 의사가 답가로 부른 노래는 ‘다시 만나세.’ 이념도 사상도 다르지만, 보건의료를 매개로 훈훈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며 그 날을 추억하는 그. 보건의료인들 뿐만 아니라 모든 남북한 주민들이 만나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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