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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 평가의 명과 암
NPO 평가의 명과 암
  • 김채영(Chaeyoung Kim) 기자
  • 승인 2018.09.28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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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영학 사건의 교훈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이들은 이 사건 이후 ‘내가 기부한 돈이 잘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슷하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기부에 대해 이런 한 마디를 했다고 한다. "써야 할 곳, 안 써도 좋을 곳을 분간하라. 판단이 흐리면 낭패가 따른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자연스레 NPO 평가의 중요성이 도래하게 되었고, 한국가이드스타에서는 2018년 상반기 평가공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NPO 평가가 만병통치약처럼 비영리섹터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각 단체들을 비교분석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더 영리한 기부를 할 수 있을까?

 

Issue

2006년 미국의 휴렛 파운데이션(Hewlett Foundation)에서는 ‘2015년까지 개인 기부자의 10%가 양질의 정보에 기반한 기부를 하도록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Charity Navigator, GiveWell, Guidestar 등의 ‘Charity Evaluators’에 1천2백만 달러라는 자금을 제공하였다. 그들의 역할은 여러 재단의 재정상황 등 여러 정보를 기부자들에게 제공하여 ‘어떤 재단에 기부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학자들은 이를 기부자의 ‘전략적 필란트로피’의 일원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처음의 큰 포부와는 달리 휴렛 파운데이션에서는 목표한 해의 1년 전인 2014년에 지원을 중단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후 휴렛 파운데이션의 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시도는 재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기부자의 결정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2010년에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시도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직 3%의 기부자들만이 어떤 재단을 도울 것인가 고민할 때 이 지표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기부자들을 너무 ‘시장주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고, 어떤 레포트에서는 ‘기부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적인 가치와 관계’이지 수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NPO 평가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휴렛 파운데이션의 평가를 다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시도는 재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잘 아는 단체를 굳이 평가정보 상위에 랭크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2018년 3월 기준, 한국에는 14,000개가 넘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등록되어 있다. NPO 평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신생 단체를 발굴해 내고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비케이 안(Bekay Ahn) 소장은, "한국의 상황에서는 작은 단체가 NPO 평가에서 진정성을 나타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기준의 가이드라인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가를 통해 추가로 1개의 별이 달릴 때 마다 그 단체에서 받는 자선기부금의 양이 19.5% 증가한다고 한다. 

NPO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NPO 평가가 처음 Charity Evaluator들이 가졌던 계획과 의도대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NPO 평가가 한국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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